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감사 <소망3교구 3321 고정은 집사>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감사 <소망3교구 3321 고정은 집사>
2015년 어느 날, 저는 ‘백혈병’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찾아온 그 선물은 저에게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 우리 민이 입대하는 것만 보고 데려가시면 안 될까요?” 저는 그렇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독한 항암제로 인해 장에 구멍이 날 정도의 상황 속에서, 한 달을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투병하던 어느 날, 저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 누군가가 아파야 한다면, 제가 아파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예수님 손잡고 견디면 되지만, 예수님 없이 이 고통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들까요…”
그렇게 기도하는 가운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하신 기도,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 기도가 제 입에서 나오는 순간, 폭풍우 치던 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인해 눈이 실명되고, 얼굴은 다 뒤틀어지고, 입안의 점막들에는 상처가 생겨 제대로 먹지도 못했으며, 폐 기능이 망가져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는 불평보다 감사를 주셨습니다. 지옥 같았던 치유의 과정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 허물 많고 부족한 저를 통해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체험하며, 늘 저와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큰 선물입니까?
그런 투병 생활이 10년이 지나면서, 담임 목사님의 말씀처럼 ‘서서히 인간이 되어가던’ 중, 2024년 10월, 또 한 번 '구강암'이라는 선물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사이, 우리 민이는 군 복무도 마치고, 학업도 끝내고, 취직도 했습니다. “이제 내 소명은 다했구나.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난 10년, 하루하루가 제게는 너무도 힘들고 버거운 날들이었기에,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겠구나. 저 천국으로 갈 수 있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수님, 아무것도 안 해주셔도 됩니다. 마지막 때에 고통만 덜하게 도와주세요.” 그러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직은 너무 이르고, 제가 수술은 자신 있습니다.” 그 말씀에 저는 또 한 번 희망을 품고 수술 준비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폐 기능이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산병원 의료진들의 최종 결정은 이러했습니다. “이 환자는 수술 후 깨어날 확률도 희박하며, 혹 깨어난다 하더라도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며, 중환자실에서 몇 달을 보내거나, 아니면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잠시 품었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실 때, 그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니엘 기도회 마지막 날, 예배를 드리는 중 “하나님, 저도 저 자리에 서게 해주세요.” 기도하는데, 하늘에서 커다란 보자기가 저를 덮어주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자녀들의 권유, 교수님의 안타까운 응원에 힘입어 “10%라도 희망이 있다면, 제가 예수님 손 잡고 도전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수술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11시간의 긴 수술 끝에 눈을 떴고,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아산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함께, 살아 계신 하나님을 체험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30%의 폐 기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술로 인해 망가진 제 모습을 바라보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이 고통을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하지만 그때마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며 고백합니다. “하나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사뿐입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담임 목사님, 남편과 자녀들, 어린아이 같은 눈물로 기도해주신 곽주희, 그리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삶 동안, 저의 아픔이 하나님 나라의 약재료로 잘 쓰일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