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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김여지 (청년1부)>

 

  할아버지부터 꼬맹이까지 다 모여 스키장에서 설을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촌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 슬로프로 가면 여럿이 같이 출발을 했지만 저는 항상 꼴찌로 내려오곤 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스피드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다, 겁이 많기도 했었기 때문에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게 슬로프를 내려왔었습니다. 그러면 밑에서 기다리던 사촌 동생 중 한 명은 “누나는 맨날 너무 늦게 내려와”라며 진심이 느껴지는 짜증을 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파른 비탈을 내려올 때 느껴지는 바람, 내 숨소리, 몸에 힘을 어떻게 주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운동성들이 매우 인상 깊고 재미있었습니다. 겨울이 와 스키를 신지 않으면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빨리 내려오라고 짜증을 내어도 당최 듣지 않는 저에게 또 한 마디를 얹는 사촌 동생 옆에서 한 친척 어른께서 웃으시며, “내가 밑에서 보니까 얘는 산을 다 보고 내려오더라. 그러니 늦을 수밖에 없지~”라며 우리 둘을 같이 다독여 주셨습니다. 
  제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아마 이 슬로프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남들처럼 빠르지도 않고 커다란 목표를 떡하니 이룬 것도 아니지만 저는 순간의 면면을 마주하고 천천히 살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일을 하는 것, 진심을 자부하는 사랑을 했던 것, 그리고 내 예상을 벗어나는 불행한 일에 괴로움과 후회를 토해내던 것. 인생의 희노애락 속에서 하나님은 저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보살피심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주셨고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보면 때때마다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항상 내 옆에 계셨고 함께 하셨습니다. 마치 작가 되신 하나님이 내 인생의 이야기를 써주고 계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무언가를 위해 저를 준비시키시고 경험하게 하시며 이끌어 주신다는 확신을 이제는 하게 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도 그중에 필요가 없는 경험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는 올해 학교를 옮기면서 규모가 매우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학교라 담임이 아니면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그중 제일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3, 4, 5, 6학년 체육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설명과 시범을 해낼지, 도구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 도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등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신경 쓰이고 긴장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머리 아픈 고민이 무색하게 매일매일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라 지원금이 많아 고학년들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전문 강사에게 지도받아 왔고, 그래서 운동기능은 물론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많으며 제가 큰 틀만 잡으면 알아서 필요한 도구들을 세팅하고 경기를 진행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들을 통해서도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인지하게 하시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도우시며, 나와 이 학교 구성원 전체를 위해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놓으셨고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이 예비하셨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보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의 제 삶 역시 기대가 됩니다. 체육 수업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지만 ‘체육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즐기고 있는 지금처럼 하나님께서 제 인생을 어떻게 이끄실지 기대가 되고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천천히 가고 있는 인생이지만 인생의 순간순간을 자세히 담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다만 제가 기도보다 앞서지 않고 불평보다는 제게 주시는 모든 것들에 감사를 올려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눈밭에서 짜증을 내던 동생이 많이 보고 싶네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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